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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을 차지한 순간 위기는 찾아온다고들 하죠.

이건희 삼성 회장도 그것에 대해 아주 잘 알고 항상 직원들을 닦아세우(...)곤합니다.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엄청나게 팔아치우면서, 애플을 꺾고 1등을 차지한 것 같아보입니다. 하지만, 요즘 위기의 정황이 몇몇개 보이네요. 모자라지만 한번 썰 풀어보겠습니다.


 먼저, 1등 아이티 기업의 소위 '혁신' 능력의 부재입니다. 삼성이 제품을 효율적으로 만들어 내는 데에 있어서의 수렴적 혁신은 정말 대단하지만, 새로운 제품 카테고리나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혁신에서는 주위에서 의문을 품고 있고, 스스로도 아직 증명을 해보인 사례가 없습니다. 애초에 삼성은 패스트 팔로워 전략으로 익히 유명하죠. 애플은 9월 10일, 삼성은 조금 빠른 9월 4일 대대적인 신제품 공개를 하게 됩니다. 루머에 의하면 아마도 삼성은 갤럭시 기어(손목형 스마트기기)를 발표할 겁니다. 오늘자 AllThingsD에 의하면 애플은 새로운 아이폰과 저가형 아이폰을 공개한다고 말했고, 아이와치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이 없었는데요. 삼성이 갤럭시 기어를 애플보다 먼저 내놓지도 나중에 내놓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다가 결국 일찍 발표하는 모양새입니다. 새로운 수요와 사용자 경험을 창조하는 삼성전자의 첫 실험대입니다. 혁신 능력은 이 이후에 다시 평가해볼 수 있겠습니다.


두번째로, 구글이 안드로이드에서 슬슬 발을 뗀다는 정황이 보인다는 것입니다. 애초에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유전자와 맞지않다는 지적이 있어왔죠. 현재까지는 아이폰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모두 독점하고 구글을 배제하는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 "다른 선택지"격으로 안드로이드를 지원했고, 그 전략은 충분히 성공한 것으로 보입니다.

허나, 애초에 하드웨어는 관심없고, "모든 것을 웹으로" 전략을 가지고 있는 구글에게 여러가지 걸림돌이 생겨나게 됩니다.

 먼저, 안드로이드 자체는 구글에 실질적인 수익은 안겨주지 못하고 삼성만 거대하게 키우게 됩니다. 그리고 삼성과 애플의 싸움은, 궁극적으로 애플과 사이가 멀어지게 하는데 큰 기여를 하게 됩니다. 이전에 스티브 잡스는 "애플은 (구글의 시장인) 검색 시장에 진출하지 않았는데, 구글은 (애플의) 모바일 사업을 침범했다"라고 발언했다고 하죠. 에릭 슈미트가 애플의 사외이사까지 하며 돈독한 사이였으나 둘의 사업영역이 겹치면서 결국 에릭 슈미트가 사외이사를 그만두게 됩니다.

 애플과 구글이 사이가 멀어지면서 애플은 구글의 서비스를 조금씩 빼기 시작합니다. iOS7부터는 검색은 MS의 Bing으로 지도는 애플맵으로 대체됩니다. 제아무리 안드로이드가 점유율이 높다고 하지만, 정작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에게는 이익을 안겨주지 못했습니다. 마켓의 수익률도 앱스토어가 압도적이며, 인터넷 트래픽 유발도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압도적입니다. 게다가 중국에서는 아예 구글이 철수해서 안드로이드가 구글에 트래픽을 주지 않습니다. 인터넷 트래픽 = 수익인 구글에게 아이폰 유저가 떠나가고, 영양가 없는 안드로이드만 늘려서 이득 될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이 타이밍에 바로 크롬이 치고 올라오게 됩니다. 여타 다른 IT회사에서도 그래왔듯, 안드로이드와 크롬은 같은 회사내에서 플랫폼 경쟁을 벌여왔습니다. 안드로이드는 수직적인 생태계인데 반해, 크롬은 말 그대로 유비쿼터스 합니다. 모든 플랫폼에 존재 할 수 있죠. 바로 구글의 DNA 그 자체죠. 구글이 이 '크롬'을 키우기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은 웹브라우저 크롬으로도 잘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안드로이드가 우세지만, 안드로이드가 구글의 제살을 깎아먹고 있는 현실에서 점점 자라나는 크롬을 주연배우로 분장시키는 흔적이 곳곳에서 보입니다.

 안드로이드의 아버지인 앤디 루빈이 연초 갑자기 구글에서 축출되고, 구글이 인수한 모토로라의 새 기기 발표가 연기되었습니다. 게다가 모토로라의 "드로이드" 브랜드는 "모토 X"로 바뀌었습니다. 탈 안드로이드화 된것이죠. 탈 안드로이드화는 안드로이드 마켓에서 플레이 스토어로 바뀐 안드로이드 앱스토어의 명칭에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전 2013 Google I/O(일종의 애플의 키노트 같은겁니다)에서 약 1년째 연기되고 있는 안드로이드5.0인 키라임파이 얘기는 전혀 않고, 크롬에 대한 얘기를 절반넘게 할애 한 것을 보면 구글은 (구글말도 안듣고 막나가던)삼성과 애플의 싸움을 계기로 '변종'에 가까운 안드로이드에서 한발 빼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생태계도 이미 어느 수준 이상 원숙했고, 당분간 아이폰이 독점하는 일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면 구글이 해야할 일은 "돈되는" 애플을 잡는 것이죠.

 이렇게 구글과 애플이 다시 친목을 다지면서 안드로이드에 김을 빼면, 애플과 대립각을 있는대로 세우면서 안드로이드의 선봉자를 자처했던 삼성은 닭쫓던 개 꼴이 되는겁니다. 물론, 새로운 트렌드를 따라 다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을 쓰겠죠. 망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1등은 못한다는 겁니다. 

 지금 PC 시장에서 가장 큰 마진율을 올리는 건 마소입니다. '호환' 하드웨어를 파는 델, HP는 아무리 팔아치워봐야 마진율이 4% 남짓입니다. 그마저도 경기따라 적자에 시달리면서 앓고 있죠. 구글은 자신들이 잘해왔고 잘하는 플랫폼 사업인 "크롬"을 밀고 싶어합니다. 애플도 삼성도 모두 크롬을 통해 구글로 들어오는 그런 그림 말이죠.

 애플, 삼성, MS, 소니같은 쟁쟁한 IT회사들이 지금 사활을 걸고 제 각기의 방법으로 차지하고자 하는 곳이 어딘지 아시나요? 바로 거실, TV입니다. 이 TV를 잡기위해서 구글은 안드로이드가 아닌 크롬을 경쟁 무기로 빼들었습니다. 구글은 삼성을 TV나 만드는, 델이나 HP처럼 '호환'하드웨어 회사로 만들고 싶어한다고 감히 추측해 봅니다.


 위의 얘기의 연장선 상에 있습니다만. 지금의 돈되는 IT는 바로 플랫폼(생태계), 그리고 그 플랫폼을 타고 팔리는 컨텐츠 혹은 사용자경험 입니다. 하지만, 삼성은 이 시장에서 한번도 성공해본적도, 뭔가 제대로 된 작품을 낸 적 조차 없죠. 애플은 아이폰-맥-애플TV와 막강한 아이튠즈를 갖고 가장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MS는 엑스박스와 윈도우 그리고 '라이브'서비스를 갖고 있죠.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과 PSN, 그리고 수많은 메이져 음반사, 영화사를 갖고 있습니다. 세 회사 간에 희비가 좀 엇갈리긴 하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생태계가 있고 사용자가 끌릴만한 매력을 창조해내는 능력이 있었습니다. 삼성에는 뭐가 있나요? 네? 스마트티비요?(...)

 이런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지못하고, 즉 리드하지 못하고 따라가는 회사들은 다 하청업체처럼 됩니다. 델과 HP가 그런 모양새고요. HTC도 그런 모양새죠. 삼성은 단지 그 중 가장 뛰어난 프리미엄 하청업체(?)이기 때문에 살아남고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것 뿐입니다.

 삼성이 이런 사실을 모르는게 아닙니다. 자체 OS 바다를 만들고, 타이젠도 주도하면서 여러가지 시도를 하지만 당최 잘 되지 않습니다. 강력한 하드웨어 생산능력을 바탕으로 여러 플랫폼의 제품을 생산하면서 그걸 무기로 주도권을 쥐어보려하지만(안드로이드), 영원하지 않습니다. 결국은 플랫폼 업체에 종속되어 있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따라올자 없는 S급 하드웨어 업체지만, 대만과 중국의 추격은 매섭습니다. 복수의 칼날을 갈며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키운 일본회사의 반격도 무시할 것이 못됩니다. 무엇보다 하드웨어 생산으로는 마진이 너무 박합니다. 허울좋은 IT사업이지, 마진율은 엉망이 되니까요.


 위에서 지적한 위기의 정황은 삼성도 매우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극복하려고 여러모로 시도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하지만, 결과가 계속해서 썩 좋지 않다는 것, 그리고 삼성의 DNA가 "혁신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현상태에서 극복이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삼성에서는 외부에서의 수혈이든 인수합병이든 다각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겠지요. 워낙에 크고 (제조업 적인)기본은 된 회사라 쉽게 망하거나 하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지금 1등이라며 희희낙락하기에는 저에겐 폭풍전 고요 같은 느낌으로 다가와서 글을 한번 써보았습니다.

댓글
  • 프로필사진 카르디 좋은 글 보고갑니다 ㅎ 이 이야기를 쓰고싶어서 댓글 남깁니다. 에버노트 사장이 그랬죠. 혁신을 원하는 순간 회사는 망한다고요. 혁신은 사용자를 위해 기능을 개선하다가 일어나는 부수적 작용일 뿐, 혁신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된다고 합니다. 솔직히 아이폰도 혁신이라 추켜세우지만 기존의 것을 잘 조합한 것 이상은 없거든요. 저 역시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버릴거고 삼성은 몇년내에 팽 당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해준 꽤 재밌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지름 2m의 원형 철판. 탱크에 들어가는 부품인데요, 그것을 깎을수 있는 회사가 독일에 어떤 회사가 유일하다더군요. 굳이 os를 만들고 플랫폼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고도화된 무언가가 있으면 되지요. 그리고 삼성은 예술적인 scm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라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굳이 it와 제조업이 아닌 scm 컨설팅 업체 같은 쪽으로도 전향할 수 있겠지요. Ibm처럼 말이죠. 삼성은 위기입니다. 하지만 더 큰 위기는 사람들이 몇년동안 준비해온 구글이나 애플 같은걸 삼성에게 바라기 때문에 오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삼성은 삼성 나름의 장점을 고도화 하고, 그걸로 포지셔닝을 한다면 그렇게 위기가 아니지도 않을까요? 제조업의 공룡 플렉스트로닉스 처럼요 ㅎ 2013.09.18 09:21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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