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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저 모멘텀(Momentum) 사용후기

  요 몇년간 헤드폰의 트렌드는 "패션"이었다.

  닥터 드레라던가 닥터 드레라던가 닥터 드레같은 헤드폰들이 범람했다.

  하지만 소리는 이전에 좋은 소리를 추구하던 사람들이 들으면 상당히 괴로운 수준이었는데, 괜히 그런 애들이 헤드폰의 가격대만 올려놓을 뿐더러 예쁘지 않은 헤드폰들을 아웃도어로 사용하기 더욱 민망하게 만들기도 했다(나만 그렇게 느낀 걸 수도 있다)


  그렇게 Old-fashioned되어가던 기존의 음향회사들도 가만히 있진 않았다. 베이어다이나믹이나 젠하이저에서도 대중들이 아웃도어에서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헤드폰들을 많이 내어놓기 시작했는데, 뭐 딱히 잘되진 않았다고 할 수 있다. 소리 좋고 예쁘려니(?) 가격도 높았다...


  하지만, 유행은 금방 흘러가는 법, 그리고 클래식은 영원하다는 진리!! 사람들이 좋은 소리를 다시 찾기 시작했고,

젠하이저는 그 사이에 소리는 더욱 가다듬고 디자인을 배워왔다!!


  그 결과물이 이 모멘텀(Momentum)!!

  이 녀석이 되겠다.

  블랙/레드의 남자를 하악하악 거리게 만드는 색상조합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 좀 더 빈티지한 브라운 컬러도 있으니 찾아보면 된다.

  초반에는 50만원대의 가격을 형성하여서 가성비에서 썩 만족스럽지 못했는데, 신품 구입 가격이 30만원대로 떨어졌고, 중고 가격은 20중반까지 떨어져서, 조금만 투자하면 언제든지 좋은 소리와 좋은 디자인을 동시에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아이폰5s와 함께 스터프에서 좋은 기회가 되어서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스터프가 아이폰5s 예약구매의 미숙한 진행으로 욕을 많이 먹고 있는데, 다행히 나는 큰 문제 없이 모든게 해결되었다. 아무튼 스터프도 분발하고 다음에 좋은 일로 만회하시길. 



박스샷(좌)과 개봉샷(우)


  박스에는 MFi(Made For iPhone/iPod/iPad)인증 스티커, 2년 AS보장 스티커, Stuff, What Hi-Fi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자랑질 스티커가 붙어있다. 참고로 올해 구입해서 올해 안에 정품을 등록하면 AS가 5년으로 연장된다니, 꼭 등록하자. 그리고 왓하이파이에서 별 5개를 받았다는 건 의외였는데, 좋은 소리에 대한 기대감을 한 껏 고무시켜주면서 젠하이저에 대한 왠지모를 신뢰감이 샘솟구쳤다.(사실 젠하이저의 음색을 딱히 좋아하진 않아서...)

  크고 아름다운 상자를 열면, 고급스러운 천으로 마감된 내부가 보인다. 초기가가 50만원에 육박하는 만큼 고급스러움이 뚝뚝 묻어난다. 우측 사진 상단에 보이는 종이는 설명서이며, 하단에 있는 캐링 케이스 안에 헤드폰과 교체 케이블, 5.5파이 변환잭이 함께 들어있다. 캐링 케이스도 부드러운 천으로 마감되어있고, 지퍼도 깔끔하게 마무리 되어있어 매우 고급스러워 보인다.


  캐링 케이스 내부의 구성. 5.5파이 변환잭, 헤드폰 본체+리모트 선, 그리고 교체용 스테레오 선.

  본격 아웃도어용 헤드폰이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아이폰용 리모트가 달려있다. MFi 인증 스티커가 붙어있던 것도 바로 그 때문, 시험해본 결과 리모트의 품질도 매우 훌륭하다. 사실 큰 차이 있겠냐만은 애플 번들 이어팟 보다 마이크 감도가 더 좋은 것 같다.

  아이폰을 쓰지 않거나, 리모트가 거추장 스러운 사람들은 일반 스테레오선으로 선재를 교체하면 되겠다. 선 분리형 헤드폰의 장점이 바로 이것인데, 나중에 단선이 일어났을 때도 고가의 헤드폰을 못쓰게 되는 일 없이, 선재만 교체하면 즉시 되살릴 수 있다.(물론 본체에 단선이 생길 수도 있겠지만 매우 드무니까...)


  생김새는 위에서 본 것 처럼 생겼다. 일단 분류는 풀사이즈 헤드폰이지만, 그다지 커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하우징이 그렇게 크지 않아서 귀가 매우 큰 사람같은 경우에 귀가 패드에 눌리는 경우가 생길 듯 하다. 난 귀가 작아서 쏙 들어온다. 차음성도 다른 풀사이즈 헤드폰만큼 무난하게 좋다. 

  착용감은 98점 정도 된다. BOSE의 메모리폼을 사용한 헤드폰 보다는 약간 불편하지만 걔와는 컨셉이 좀 다르니 암튼 패스. 이정도 착용감이면 아웃도어에서 아무 불편함 없이 사용 가능 할 것 같다. 착용감이 좋지 않으면 제 아무리 소리가 좋아도 사용하지 않게 된다는걸 SHURE 헤드폰 시리즈들이 여실히 증명하고 있잖는가?


  소리에 대해서 간단히 얘기해보자면(정확한 얘기는 골든이어스-모멘텀 측정편에 가서 하자),

젠하이저 특유의 양감은 풍부하면서도 퍼지지 않고 듣기 좋은 저음과, 무난한 중음, 약간 아쉽지만 그래도 내야 할 소리는 빠트리지 않고 세세하게 다 잡아주는 고음이 되겠다. 닥터 드레와 같은 패션 헤드폰들은 토가 나올 것 처럼 벙벙거리고 저음만 오지게 많지만, 모멘텀은 그런류의 벙벙거리는 저음 괴물은 아니니 걱정 말자.

  기존에 쓰는 포낙 PFE가 굉장히 섬세하고 선이 얇고 맑은 소리를 내어주던데 비해서, 젠하이저는 선이 굵고 묵직한 소리를 내어준다. 그렇다고 둔하거나 답답하다거나 하진 않다, 저음이 퐝 터질땐 약간 마스킹되는 것 같지만 중-고-초고역 까지 모두 다 챙겨서 소리를 내어준다. 거기에 더해, 스테이징감은 압도적인 헤드폰의 승리.

  PFE가 플랫에 가까운 사운드임에 비해, 모멘텀은 확실한 V자이며, 고음보다는 저음이 더 강조된 양상이다. 하지만 그 밸런스가 굉장히 좋고, 전체적인 소리가 부드러워서 부담없이 오래 감상이 가능할 것 같은 세팅이다. 소음속에 음악을 듣는 아웃도어용으로 최적화 되었다고 생각된다.


  청음한지 2시간여 밖에 되지 않아서 많이 못들어 보았지만, PFE에 대비하여 적어보면

여자보컬이 시원하게 뽑아주는 느낌은 덜하지만, 남자보컬이 중성화되는 일이 없어졌다.

피아노의 타건감이 확 살아났다, PFE가 섬세한 전자피아노라면 모멘텀은 조금은 덜 섬세한 그랜드피아노랄까.

젠하이저가 대부분 그렇지만 음색이 어두운 편이다. 다소 어둡고 동그랗다(?!).


  역시, 패션 헤드폰도 음향 전문 회사에서 만들어야 한다. 여전히 PFE의 음색을 더 사랑하지만, 모멘텀으로 음악듣는 재미도 상당히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