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로 영화관에서 줄서서 영화를 보지 않는 미국인이, 500m나 줄을 서서 봤다는 그 영화이다. 게다가 IMDB에서 「Shawshank Redemption」,「The Godfather」과 같은 영화와 함께, 동률인 9.1점의 평점을 기록중이다.
얼마나 대단한 영화기에 이렇게 말이 많은지 궁금해서 보러 갔다. 보러 가서야, 이 영화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작품이란걸 알았다. (이 전작인 「Batman Begins」도 동 감독의 작품이더라. 배트맨 시리즈에는 관심어 없었다. 감독이 크리스토퍼 놀란인 걸 알았으면 챙겨봤을텐데 말이다.)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를 하나도 보지 못해서, 원래의 배트맨 시리즈가 어떤 부류의 영화인지 잘 알지 못한다. (사실, 아메리칸 코믹스를 기반으로 한 영화는 헐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인기인 한국에서도 그다지 대중적인 흥미를 끌지 못한다. 스파이더맨이 아마도 그 흐름을 바꿔놓은 첫 영화라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면서 든 몇가지 생각을 짤막하게 적어보자면,
「다크 나이트」는 여태까지의 헐리우드 블록버스터, 특히 '아메리칸 히어로 무비'와는 다른 느낌이다. DC코믹스와 마블코믹스에서 창조해낸 '미국 건국신화'를 기반으로 한 '미국적 정의론'을 주장하는 영화가 아니었다. (미국은 국가의 역사가 짧기 때문에, 신화가 없다. 그래서 이들은 조지 루카스가 창조해낸 「스타워즈」나, DC코믹스, 마블코믹스의 영웅들의 세계관을 신화로 여겨왔다.) 오히려「다크 나이트」는 그 반대에 가깝다. 미국적 정의를 외치는 '배트맨'이 현실에서 어떻게 무너질 수 있는지, 그 대안은 무엇이 될 수 있는지 탐구 해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인들이 그토록 이 영화에 큰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자신들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미국적 정의'가 어떻게 무너지는지,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 어떤 대안을 찾을 수 있을 지를 보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히어로 무비는 영웅의 압도적인 우세 속에, '영웅담'을 들려줄 뿐이다. 그 과정 속에 관중들은 그 영웅을 신화화하게 된다. 하지만, 다크나이트는 영웅담을 들려주는 그런 영화가 아니다. 오히려 그런 영화와는 전혀 연관이 없다. 사실 이 영화의 제목에서 배트맨을 뺀 것은 정말 잘 한 것이다. 「다크 나이트」는 배트맨이 주인공이긴 한데, 이전의 배트맨 시리즈와 같은 '아메리칸 히어로 무비'의 장르가 아니라고 본다.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이 영화는 '배트맨(영웅)'으로 상징되는 '미국적 정의'의 현실적 붕괴의 모습을 보여준다. 다른 히어로 무비에서 보여주는 권선징악의 엔딩은 없다. 「다크 나이트」는 다른 영화와 달리 선과 악에 대한 이분법적 정의를 벗어났다. '조커'가 “I don’t want to kill you. What would I do without you? You complete…me.” 라고 말하는 점이라던가, '하비 덴트'가 선의 축에서 악의 축으로 돌아 선 것을 보면, 절대선과 절대악이란 존재 하지 않고, 선과 악은 말그대로 '종이 한 장 차이'라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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