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늘은 <님프>도 보는 날이었는데,
자고 일어나니 3시였다. (영화는 1시..)
16:00 아이 엠 러브
이번 영화제에서 특급(?)관심을 얻은 영화는 아닌듯 하나,
PIFF에서 이 영화를 놓치지 않아서 너무 뿌듯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잘 만든 영화였다.
<아이 엠 러브>는 밀라노의 대부호 가문이 서서히 몰락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러시아에서 밀라노의 재벌 귀족가문 레키家에 시집온 엠마는 아들 둘, 딸 하나를 키우면서 화목한 가정을 꾸려왔다. 그런데, 레키 가의 실질적인 경영자이던 시아버지가 엠마의 남편 탄크레디와 큰아들 에도를 공동 경영자로 삼아 회사를 물려주면서 사건이 발생한다. 회사의 처분을 두고 부자 사이는 점점 멀어지고, 바쁜 아들딸은 하나둘 엠마의 곁에서 멀어진다. 런던으로 갔던 딸은 레즈비언임을 밝히고, 엠마는 에도의 친구인 안토니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줄거리를 보면 왠지 파란만장한 영화가 생각나거나, 속도감이 아주 숨이 턱턱 막혀오는 분위기의 영화가 생각나지 않는가? 하지만, 감독은 이 영화를 아주 유미주의적인 화면으로 완성하였다. 지루하지도 않으면서 정신사납지 않은 카메라워크와 아름다운 색채. 적절한 음악, 그리고 귀족가문이라는 말에 알맞는 캐스팅까지. 그야 말로 시작부터 끝까지 그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영화였다.
그렇다고, '화면'만이 뛰어난 것은 아니다. 레키가로 시집오면서 러시아인이기를 포기하고 철저히 이탈리아인이 되려고 노력한 엠마는, 그녀의 사랑이 강해짐과 함께 러시아인으로써의 정체성까지 회복하고 싶어한다. 러시아 정교 성당과 안토니오를 오가는 시선이 그러하고, 성당 안에서 'I am love with antonio'라고 담담히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그것을 증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씬, 우아한 드레스를 벗어던지고, 트레이닝복츄리닝으로 갈아입은 그녀는, 그녀를 신경질적으로 쏘아보는 가족들의 시선을 뒤로하고 저택 저편으로 달려간다. 그다지 특별할 건 없다. 헐리웃 스타일의 특수효과나 정신사나운 카메라워크가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과 긴장감.
영화가 끝난후 GV가 있었으나, 일정상 나올 수 밖에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틸다 스윈턴은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작년에 <고모라>로 이탈리아 영화를 접했고,
올해 <아이 엠 러브>를 계기로 스페인 영화만큼 이탈리아 영화도 좋아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20:30 제 1부대 : 진실의 순간
예매해놓고 잊고 있었는데, 영화가 시작하기 직전에 이 영화가 애니메이션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처음에 나오는 화면은 의외로 실사화면이었다. (극중)실존인물과의 인터뷰와 함께 시작되는 영화. 이 영화는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차용하고 있었다.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전쟁 다큐멘터리를 다루듯, 재연장면 중간중간에 역사가, 참전군인, 심리학자 등등이 출연하여서 이런저런 말들을 보태곤 하였다. 처음에는 논픽션의 일부를 차용한 것일까도 생각했으나, 나중에 점점 현실감과 논리성을 잃어가는 진행을 보면서 페이크 다큐멘터리임을 확신했고, 엔딩 크레딧이 그것을 확인시켜주었다.
페이크 다큐멘터리의 형식을 취한 것이, 이 영화가 허무맹랑함에 밀려 그저 '애들 보는 만화영화'가 되지 않고, 장편으로써의 요소를 불어넣어준 것이 아닐까 생각된다. 중간중간에 역사학자, 심리학자들(로 분장한 사람들)이 나와서 "이 영화의 허무함은 있을법도 한 얘기에요"라고 계속 말해주었으니 말이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캐릭터에 대한 현실적인 변명을 해주니, 영화의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도움이 되었다.
줄거리는 "1942년 구소련의 적군(赤軍)이 독일인에 맞서 저항하고 있다. 나디아는 공습으로 인한 탄환 충격에 시달리지만 곧 그녀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진실의 순간들’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으로, 그녀는 미래의 전투에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들과 조우하게 된다."(출처|piff.org)이다. 69분의 러닝타임에서 순수히 스토리가 진행된건 절반 남짓이 아닐까 생각되는데, 그래서 내용들은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런 과정에서 너무 많은 얘기가 생략된 듯하다. 즉, 이야기가 시작부의 중간쯤에서 시작되어서, 마지막은 '급마무리'지어버린 느낌이었다. 마치 20부작 드라마가 16부작으로 끝난 것 처럼 말이다.
너무 나쁜 말만 썼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영상자체는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일본 애니메이션을 거의 안봐서 신뢰성 있는 비교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3D로 처리한 배경과 2D캐릭터의 조합이 예전에 보았던 일본 애니메이션들에 비해서 훨씬 거부감이 덜하게 발전한 듯하다. 전체적인 색채도 전쟁과 겨울의 러시아라는 배경에 적절하게 선택된 듯하다.
고백 : 사실, 난 이 영화 별로 마음에 안들었다.
'culture'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과연! (2) | 2009.11.17 |
---|---|
PIFF리뷰 : <페어 러브>,<파우스트>,<슬립리스> (0) | 2009.10.18 |
PIFF리뷰 : <끝과 시작>, <더 도어> (0) | 2009.10.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