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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연극 이(爾),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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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포스터가 너무 크다.

밀린 포스팅 대방출 그 첫번째.
지난 5월 30일, 연극 '이'를 보고 왔습니다.
'이' 연극은 영화 '왕의 남자'의 대흥행을 통해서 대중적으로 다시 한번 널리 알려졌었죠.
보고싶은 작품이었는데, 부산에서 한다는 소식을 듣고 냉큼 예매했습니다.

필름카메라를 들고가서 아직 사진이 없네요. 사실 몇장 찍지도 않았으니 패스.
R석, S석 두개의 가격이 있는데, S석의 경우에는 대학생 할인을 무려 50%나 해줘서, 2만원에 이 연극을 볼 수 있었지요.
미국에는 student rush ticket이라는 것이 있어서, 좋은 공연을 무척이나 싼 가격에 볼 수 있었죠. 항상 그런 제도를 부러워 하고 지나치게 거품이 낀 우리나라 공연,문화계의 티켓값에 불만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큰 부담없이 공연을 볼 수 있어서 좋았지요. 그래서 그런건진 몰라도 연극을 보러온 사람이 학생들이 유난히 많이 보이는 듯도 했습니다.

오만석의 공연을 기대하긴 했지만, 오만석이 아닌 김호영의 연기도 꽤 괜찮았습니다. S석에서 본지라 세세한 연기까진 보지 못했지만 말이죠. 연극은 소극장에 가서 배우 얼굴을 바로 앞에서 보면서 보는게 몰입도 잘되고, 이야기 속에 내가 풍덩 빠져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더 좋네요.

연극은 크게 2개의 다른 파트로 나뉘어 있는데요. 우리가 알고 있는 스토리가 나오는 파트가 있고, 놀이꾼들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답게 놀이꾼들이 실제로 신명나게 놀아제낍니다. 놀이판은 그리 길지는 않고, 처음에 스토리가 전개 되는 부분에서 약간 지루해질 즈음 등장해서 관객들의 흐트러진 집중력을 다시 바로잡는데 일조하는 것 같더군요. (몸으로 느낀 1人입니다.)

놀이판은 그 당시에도 그랬겠지만 세태에 대한 풍자, 정치판에 대한 풍자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선거 전이라서 그런지 정치얘기가 나오면 머리가 지끈지끈 했는데, 아주 시원하게 풀어주더군요. 특히 사대강 드립이 관객들을 아주 그냥 빵터지게 만들었지요. "그냥 그저, 대강 대강 대강 대강.... 대강이 4번? 사대...?!"

높으신 분들은 언제나 그런 편이긴 했지만, 유난히 MB정부들어서 '유머'를 모르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은 어려운 얘기를, 불평불만을 표출하는 수단으로 풍자를 사용했고, 우리나라 사람들도 옛부터 그러한 것을 정말 잘 활용했는데, 언젠가부터 권위주의가 자리잡기 시작하면서 하고싶은 말을 제대로 못하고 우스갯소리로 하는 말도 잡아가고(...)하는 일이 발생하고 있네요. 그런 정치적, 사회적 유머들이 결코 당사자에게 마이너스가 되지 않을 텐데 말이죠. 그걸 위트있게 받아칠 줄 안다면, 오히려 그 사람은 포용력도 있고, 유머감각도 있는 더 멋진 리더로써 받아들여질텐데 말이죠. (미국은 이래요, lezhin님의 글"아오 부럽다 스티븐 콜베어 백악관 만찬 연설".)

얘기가 산으로 가네요. 다시 연극 얘기로 돌아와서, 연극 '이'는 영화와는 다루고 있는 내용의 핀트가 다른듯 합니다. 영화에서는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가 위주라면, 여기서는 공길과 연산군의 이야기가 위주가 되는 듯합니다. 영화에서는 그냥 악역 비슷하게 나왔던 연산군과는 달리 연극에서는 '연산군'의 이야기를 주로 다룹니다. 연산군이 "왜" 그렇게 살았었는지를 -연극이니까 간단하게- 공길이와 장녹수 사이의 관계를 통해서 보여줍니다. 연산군과 장녹수 얘기 재밌는거 많은데, 궁금하신분들은 각종 비사를 뒤져보세요.

우리나라 역사에서도 찾아보면 참 재밌는 스토리들이 많은데, 이런걸 많이 많이 발굴 했으면 좋겠네요.외국의 영화들이나 소설들도 역사라던가, 신화에서 재미난 스토리들을 발굴해서 각색하고, 이런저런 다양한 시각으로 시도하는 작품이 많으니까요."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라는 식상해빠진 문구가 생각나네요. 한국의 역사와 문화의 독특함이 보편적 미적 가치에 부합하게 되는 접점을 잘 찾는다면, 더 많은 사람들이 한국에 떡실신하지 않을까요.

영화보다는 연극이 더 재밌었습니다. 다음에 기회되시면 다들 한번 쯤 보세요.
물론 줄타기 하는건 안나옵니다. 연극이지, 서커스는 아니니까요.